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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 움직이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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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흙같이 어두운 밤


극히 희미한 별빛에 의지해 우리는 탈출구를 찾고있었다.



하지만, 어두운 구덩이 안쪽에서 뭔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를


다른 생존자인줄 지레짐작하고 멋대로 움직인 그년 때문에 모든것이 끝나버렸다.


말도 지지리도 안듣고 항상 민폐만 끼치던 그년.



- 누구 있어요? 그쪽으로 갈게요 잠시만요!



내 실수다. 그년을 항상 내 손이 닿는 범위 안에 두고 움직이던가


아니면 애초부터 거두는 것이 아니었는데.



뭐라고 하기도 전에 자기혼자 신나서 아기들처럼 몸을 뒤로 돌리고 


발 하나를 구덩이 속으로 내려서 휘적휘적하고 있는 그년의 바로 밑에서


나는 무언가를 보고 말았다.



그리고 내 몸은 순간적으로 얼어버렸다.



그 미약한 별빛에 살짝 반사되건 길다란 무언가.


필시 도검류가 아니라면 맹수의 이빨 정도겠지



사람이어도 위험하고 사람이 아니라면 더더욱 위험하다


하지만 위치가 탄로날까봐 소리를 낼수도 없다


마음 속으로만 고함을 친다



안돼 멈춰 움직이지 마


안돼 안돼 안돼



내가 움직이기도 전에.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기도 전에.


그 무언가는 그 여자가 구덩이 안으로 깊이 내 딛은 발이 내는 소리를 따라


발목부터 허벅지까지를 휘감고 끌어당겼다


그리고 비명과 동시에 들리는 그 파열음과 피육음



‘ 꺄아악 이게 뭐 아아아아악 ’


- 푸슉 츄아악 콰지직



마치 질척한 치즈 덩어리를 강제로 찢어 발기는 소리


그리고 곧이어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까지 거의 동시에 들렸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악 ’ 



하지만 그 비명소리도 그리 길게 가지 못했다. 좀 더 강렬하게 몇 번 쿠직 콰직 하는 소리가 난 후 모든것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젖어버린 발소리가 점점 위로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두운 별빛아래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그것은 아주 어두운 색깔을 한 표범처럼 생겼다.


아름다운 호박색의 눈이 주위를 둘러보다


꼼짝도 못하고 얼어버린 나에게 멈춘다.



왜 눈물이 이렇게 나는걸까


딱히 뭐가 무섭다거나 아픈건 아니지만 그냥 눈물이 흐른다



마침내 그녀석이 내 앞까지 와서 내 배를 앞다리로 누르고 어깨를 물었을 때


세상이 끝날것만 같은 고통이 내 몸을 관통하는 것을 느끼며 신에게 빌었다



그냥 어서 빨리 끝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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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2 00:4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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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1

BookMaster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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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쥬라기 공원의 데니스 네드리가 딜로포 사우르스에게 잡아먹히면서 간절히 바랬던 멘트였죠

어서 빨리 끝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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